111
희생, 바로 거기에 가난의 실상이 상당 부분 담겨 있습니다. 불필요한 것을 버릴 줄 아는 것입니다. 불필요한지를 가늠하는 기준은 이론적인 규칙보다는, 이기심이나 부당한 안락 추구가 스며들고 있음을 알려 주는 내면의 목소리에 있습니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안락함은 사치나 관능적 쾌락이 아닙니다. 가족과 다른 이들의 삶을 쾌적하게 하여, 모두가 하느님을 더 잘 섬길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가난은 세상 것들에 참으로 집착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불편함이나 수단의 부족이 있다면 이를 기쁘게 견디는 데 있습니다. 또한 하루 전체를 유연한 시간표에 담을 줄 아는 데에도 있습니다. 그 시간표에서는 매일의 신심 실천 외에도 적절한 휴식과 가족 간의 대화, 독서, 예술이나 문학 등의 취미, 또는 다른 고귀한 여가에 바치는 시간이 중요한 시간으로 빠지지 않아야 합니다. 시간을 유익한 일로 채우고, 가능한 한 일을 잘하며, 질서와 시간 엄수, 밝은 마음의 작은 세부들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다른 이들을 섬기기 위한 자리와 자기 자신을 위한 자리를 찾는 것입니다. 물질적으로 가난한 사람들뿐 아니라 모든 남성과 모든 여성에게 일할 의무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부유함과 경제적인 여유는 사회 전체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할 의무가 더 크다는 표지입니다.
희생에 의미를 주는 것은 사랑입니다. 모든 어머니는 자녀를 위해 희생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압니다. 자녀들에게 몇 시간을 내어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을 위해 삶 전체를 쓰는 것입니다. 다른 이들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다른 이들에게 내어 줄 것이 있도록 물건을 사용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실제로 집착을 버리도록 보장해 주는 가난의 여러 측면입니다.
어머니에게는 자신이 이렇게 살아가는 것뿐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이렇게 살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녀들 안에 믿음과 낙관적인 희망과 사랑이 자라나도록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기심을 이겨 내고,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을 섬기는 데 자기 시간의 일부를 너그럽게 쓰도록 가르치는 것입니다. 자기 나이에 맞는 활동에 참여하여, 인간적이고 신적인 연대를 이루려는 열망을 드러내도록 가르치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각자가 자신의 소명을 수행하며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제게는 자녀가 많고 가난한 가정에서 자녀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아버지들과 어머니들이 언제나 가장 좋은 가난의 모범이었습니다. 그들은 많은 경우 자신들이 궁핍하다는 말을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채, 노력과 끈기로 가족을 부양합니다. 모두가 사랑하고 섬기며 일하는 법을 배우는 기쁨에 찬 가정을 이루어 갑니다.
1967년 10월 08일에 드리는 강론
에서 인쇄된 문서 https://escriva.org/ko/conversaciones/111/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