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성 호세마리아가 오푸스데이 회원들을 위해 쓴 편지들의 일반 공개 출판이 시작되어 무척 기쁩니다. 주님께서 오푸스데이를 설립하도록 그를 부르신 1928년 10월 2일 이후 90년이 넘었습니다. 한 사람의 삶에서 90년은 긴 세월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당신 교회를 위해 바라신 기관의 경우에는 보통 그렇지 않습니다.

성 호세마리아는 어느 때, 오랜 세월에 걸쳐 열매를 맺도록 주어진 은사 자체의 역사성에 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핵심과 본질과 정신은 흔들림 없이 남아 있지만,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은 발전합니다. 언제나 오래되면서도 새롭고, 언제나 거룩합니다.”1 이 정체성과 역동성의 상호작용 안에는 모든 시대에 생명을 주려는 정신에 대한 충실함도 드러납니다. 이제 출판되기 시작하는 편지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를 그 설립일 가까이 이끌어 주므로, 이 과제를 위한 귀중한 자료입니다.

지난 세기 1930년대 초, 성 호세마리아는 막 첫걸음을 떼던 오푸스데이에 헌신하면서 다른 사목 활동과 학업, 그리고 가족의 생계를 돕는 일을 함께 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오푸스데이를 시작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전해야 했던 메시지, 곧 세상 한가운데에서 세상을 기회로 삼아 성덕에 이르라는 부르심은 1920년대와 1930년대에 보편적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반적인 사고방식과 충돌했습니다. 남녀 모두에게 “이 땅의 거룩한 길들”을 열어 주고, 인간의 고귀한 활동을 하느님과의 친교 안에서 수행할 수 있으며 그렇게 성덕의 길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일이었습니다.

1933년 4월 어느 날 그는 이렇게 썼습니다. “저의 하느님, 당신께서는 보고 계십니다. 저는 오직 당신의 일만을 위해 살기를 갈망하며, 영적으로는 피정과 강화, 묵상과 편지 등을 통해 제 내적 생활 전체를 제 자녀들의 양성에 바치기를 갈망합니다.”2 설립자는 일상생활에서의 성덕이라는 메시지를 깊이 이해하고 전하기 위한 방법으로 말로 하는 설교와 글을 사용했습니다. 전해 오는 글들 가운데에는 그가 훈령이라고 부른 글들과 편지들이라고 부른 글들이 두드러집니다. 둘 다 오푸스데이의 본질과 사도직을 설명하는 영적·실천적 고찰을 담고 있습니다3. 이제 빛을 보는 첫 네 편의 사목 편지들은 바로 그 시기 마드리드에서 구상되었습니다. 다만 이 연구에서 설명하듯, 여러 해 뒤 로마에서 최종적으로 다듬어져 현재의 형태를 갖추었습니다.

성 호세마리아는 편지들의 출판을 준비하던 중 주님의 영광으로 부름 받았습니다. 그는 신중하게 판단하여 적절한 때가 오면 이를 보급하라고 후계자들에게 지시를 남겼습니다. 저의 전임자인 하비에르 에체바리아 몬시뇰은 거의 10년 전에 출판 절차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제 수천 쪽에 이르는 미간행 저작군인 이 글들 전체에 관한 여러 작업과 연구를 거쳐 출판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으며,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될 것입니다. 이 작업은 로마에 있는 성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 역사연구소에 맡겨진 성 호세마리아 전집의 주석을 갖춘 출판 사업에 속합니다.

편지들은 명시적으로 오푸스데이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특히 세상 안에서 살아가는 삶의 여러 사건과 가치를 언급하면서 그리스도인 삶의 여정 전체를 비추어 줍니다. 그래서 성 호세마리아는 적절한 때가 오면 자신의 삶 안에서 성덕의 메시지를 알고 실천하는 데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이 이를 읽을 수 있게 하려고 했습니다.

이 글들은 1932년에서 1939년 사이에 출판된 영적 고찰과 길에서 다른 문체로 이미 제시된 오푸스데이 정신의 근본 요소들을 폭넓게 펼쳐 보입니다. 그 모든 요소는 경우에 따라 길고 짧은 차이는 있지만 그 시기와 이후의 설교에서도 반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 출판되는 네 편의 편지들은 성 호세마리아의 설교를 특징짓는 힘을 담아, 일상생활에서 성덕과 사도직에 이르라는 보편적 부르심의 핵심 주제들과 그 다양한 교리적·실존적 함의를 다룹니다. 직업 활동의 성화, 세상 한가운데에서 관상기도를 하는 생활, 사회 현실에 그리스도교 정신을 불어넣는 일, 현세적 활동에서 그리스도인의 자유와 책임, 우정의 인간적·그리스도교적 가치 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측면들은 다른 측면들과 함께 그리스도인 삶의 가장 깊고 영속적인 바탕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하느님 자녀 됨, 성체성사와 기도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이루는 일치,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에 대한 신심, 세례로 받고 성사 생활로 굳건해지는 성소에 대한 자각, 로마 교황과 그분과 친교를 이루는 모든 주교에게 자녀답게 결합하는 교회 사랑이 그 바탕입니다.

첫 네 편의 편지들을 정성껏 준비한 역사연구소 회원들과, 이어지는 편지들의 출판을 위해 일하는 분들께 감사 드리고 싶습니다. 독자들은 이 글들을 읽으면서 여러 번 마음이 움직일 것입니다. 성 호세마리아의 마음과 정신을 채웠던 생각과 바람을 알려 주기 때문입니다. 오푸스데이 설립자로서 보낸 초기 세월의 메아리가 이 지면들에 생생히 살아 있습니다. 어떤 대목은 처음부터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과 나누던 대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 순간들은 여러 해 뒤 로마에서 가족 모임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모임에서 그는 이 주제 저 주제로 옮겨 가며 듣고 있던 우리에게 빛을 주거나, 오푸스데이 역사의 세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하느님과 교회,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을 더욱 깊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라며 그의 전구를 청합니다.

로마, 2019년 11월 28일 오푸스데이 성직 자치단 설립 기념일

페르난도 오카리스 몬시뇰. 오푸스데이 단장

Notas
1

편지 제27호, § 56.

2

내심 메모(Apuntes íntimos), 989항

3

호세 루이스 이야네스, “성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 데 발라게르의 저술과 설교”(“Obra escrita y predicación de San Josemaría Escrivá de Balaguer”), SetD 3 (2009), 218페이지; 같은 저자, “편지(미간행 저작)” (“Cartas (obra inédita)”), DJE, 204-211페이지; 루이스 카노, “훈령 (미간행 저작)” (“Instrucciones (obra inédita)”), 같은 책, 650-655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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