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제5호
Euntes ergo docete omnes gentes1. 가서 모든 민족들을 가르치십시오.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교회는 설립자의 명령에 충실하여 모든 사람에게 구원과 진리와 생명의 길을 가르치는 사명을 이천 년 동안 수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때로는 유난히 격동하던 역사적 시기에도, 주님의 이 약속이 이루어지는 것을 체험해 왔습니다. et ecce ego vobiscum sum omnibus diebus, usque ad consummationem saeculi2.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사도들이 오류의 어둠에 잠긴 온 세상에 복음을 선포할 사명을 하느님께 받았던 그 보잘것없는 시작에서부터 우리는 긴 길을 걸어왔습니다. 인간이 빛에 저항하는데도 우리는 성경의 이 말씀을 기쁘게 되풀이할 수 있습니다. 지혜가 부르고 있지 않느냐?
슬기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 않느냐? 지혜는 길가 언덕 위에, 네거리에 자리를 잡고 성읍 어귀 성문 곁에서, 대문간에서 외친다3.
그러나 성도들을 온전히 준비시켜 봉사하게 하고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며, 마침내 우리가 모두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과 지식에서 하나를 이루고 성숙한 사람이 되어 그리스도의 충만한 경지에 다다르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4.
교회는 그 목적을 이루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칠 양도할 수 없는 권리가 존중되도록, 적지 않은 경우 초자연적 굳셈으로 요구해야 했습니다. 교육 사명의 고유한 대상, 곧 신앙과 도덕의 가르침에서 하느님께서는 친히 교회를 신적 가르침에 참여시키셨으며…, 교회는 가르칠 자유에 대한 불가침의 권리를 자신 안에 뿌리 깊이 지니고 있습니다5. 이는 영혼들의 구원을 위하여, 하느님 나라를 넓히고 모든 것을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하기6 위함입니다.
우리의 궁극 목적에 관한 모든 것을 가르치는 일은 교계의 고유하고 직접적인 사명입니다. 그러나 인간과 시민 사회의 선익에 이바지하는 것은 무엇이든 그 목적과 근본적으로 무관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교계는 사명을 수행하면서 인간의 삶과 문화의 매우 다양한 영역에 유익한 영향을 미쳐 왔습니다. 동시에 현세 활동의 이러한 영역에서 올바르게 일하는 모든 사람도 어떤 방식으로든 교회의 성화와 구속의 사명에 이바지하거나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직업 활동의 사도적 가치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예외 없이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그 일을 수행하면서 사도적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그 활동들이 인간의 자유로운 주도에 맡겨졌다고 해서, 구속 사업에 어떤 방식으로든 협력할 능력을 잃은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몸 안에서 영혼이 하는 역할을 세상 안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이 합니다. 영혼은 몸의 모든 지체에 퍼져 있고,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여러 도시에 퍼져 있습니다. 영혼은 몸 안에 살지만 몸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서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7.
우리도 이 사명을 받고 파견되었습니다. 인간의 모든 활동 안에서 빛과 초자연적 누룩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스도인 신자로서 우리도 그리스도의 명령을 들었습니다. euntes ergo docete omnes gentes!8 이는 교계가 위임한 직무도, 교계 고유의 사명을 일시적으로 연장한 것도 아닙니다. 하느님 교회의 살아 있는 지체인 평신자들의 고유한 사명입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이 고유한 사명에는 우리를 위한 특별한 성소의 힘과 도움이 더해집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교리를 전하기 위하여 오푸스데이로 부름받았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직업 활동을 통하여, 또 그것을 수행하면서, 각자가 처한 개인적·사회적 상황 속에서 평신도로서 세속적인 사도직을 하는 것입니다. 바로 인간의 자유로운 주도와 그리스도인의 개인적 책임에 맡겨진 현세 활동의 영역 안에서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극히 사랑하는 내 딸들과 아들 여러분, 오늘은 우리 오푸스데이의 정신을 지닌 남녀가 세속의 교육 분야에 진출해야 할 절박한 필요에 관하여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가르치는 일은 매우 고귀하며 지극히 중요한 직업입니다. 무지를 언제나 가장 큰 적으로 삼아 온 교회의 선익을 위해서도, 시민 사회의 삶을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정의는 민족을 드높이고 죄악은 겨레의 치욕이 되기 때문이며9, 올곧은 이들의 축복으로 성읍이 드높아지고 악인들의 입으로 성읍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10.
말씀드렸듯이, 깊이 있는 준비를 갖춘 훌륭한 교사와 교수들을 양성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학문과 교육학 지식, 가톨릭 교리와 인격적 덕을 갖추고, 자신의 실력과 직업적 노력으로 교육의 모든 환경에 진출하여 좋은 평가를 받는 이들이 필요합니다.
평신도의 마음가짐으로11 이 직업에 종사하는 남녀가 필요합니다. 이 직업 활동으로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마련하고, 하느님께 받은 타고난 재능을 계발하며, 인류의 선익에 효과적으로 이바지하고, 그리스도인의 완덕에 이르며, 예수 그리스도의 나라를 넓히는 데 사도로서 협력해야 한다는 확신을 지닌 이들이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자기희생과 봉사 정신과 인간적인 열의를 지니고, 자신의 직업을 시민 사회의 발전을 위한 도구이자 자신과 다른 이들의 성화를 위한 도구로 삼을 줄 아는 많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학문의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신앙의 인도를 받아 고귀한 교육 임무를 수행하며, 지혜서의 이 말씀을 되풀이할 수 있는 이들입니다. 나는 지혜를 꾸밈없이 배웠고 아낌없이 나누어 주며 그 풍요로움을 감추지 않는다12.
세상이 거짓에 기대어 살아간다고 해도 크게 과장된 말은 아닐 것입니다. 진리이신 하느님의 말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에게 오신 지 이천 년이 지났는데도 말입니다.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그분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13.
우리는 모든 환경에서 이 빛, 곧 구원을 주는 하느님의 진리를 전하는 이가 되어야 합니다.
오류는 지성을 어둡게 할 뿐 아니라 의지도 갈라놓습니다. 사람들이 진리를 말하고 듣는 데 익숙해져야만 이해와 화합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나아갑니다. 신앙의 초자연적 진리를 위하여 일하면서 부분적인 인간의 진리에도 충실히 봉사하고, 이 땅의 모든 길을 사랑과 빛으로 채우기 위해서입니다. 꾸준하고 유능하게, 낙심하거나 해야 할 일을 빠뜨리지 않고, 모든 기회와 정당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 바로 각자의 직업 활동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합니다. 우리의 사도직은 결국 교리 교육입니다. 그렇다면 교육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므로 적절한 학문적 준비와 뜨거운 사도 정신으로 수행할 줄 안다면 교육의 임무는 위대하고 아름답습니다. 공부는 지식을 지향하지만, 사랑 없는 지식은 우쭐하게 하여 불화를 낳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쓰여 있듯이 교만한 자들 사이에는 늘 다툼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동반한 지식은 사람을 세우고 화합을 낳습니다14.
그리스도교 교육
인간의 학문과 예술을 훌륭하게 가르치면서, 학생들의 마음에 삶에 대한 깊은 그리스도교적 이해를 심어 줄 줄 아는 교사와 교수들이 필요합니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인간이 창조된 숭고한 목적에 도달하도록, 이 지상 생활에서 마땅히 되어야 할 모습과 행동해야 할 방식에 맞게 인간을 형성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궁극 목적을 온전히 지향하지 않는 참된 교육은 있을 수 없듯이,… 그리스도교 교육이 아니고서는 완전하고 온전한 교육도 있을 수 없음이 분명합니다15.
그리스도교 교육이 되려면, 나머지 교육 옆에 종교 수업 몇 시간을 덧붙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문학과 학문의 가르침 자체가 모든 면에서 가톨릭 신앙에 맞게 꽃피어야 합니다. 특히 다른 학문들의 올바른 방향이 크게 좌우되는 철학이 그러해야 합니다16.
모든 문화를 구원으로 이끌고 모든 인간 지식을 신앙으로 비추며17, 세상 안에서 하느님과 함께하는 모험을 살아갈 낙관과 추진력으로 가득 찬 그리스도인들을 양성해야 합니다. compossessores mundi, non erroris18, 곧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소유하되 오류는 함께 소유하지 않는 이들입니다. 사회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바라시는 것, 곧 그분께서 사랑하시는 것들을 기꺼이 증진하고 옹호하며 지켜 주는 그리스도인들, 가톨릭 교리와 단순한 의견의 영역을 구별하고 본질적인 것에서는 하나로 굳게 일치하려고 힘쓰는 그리스도인들, 자유와 그에 따르는 개인적 책임감을 사랑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양성해야 합니다.
내 딸들과 아들 여러분, 교사와 교수가 맡은 이 놀라운 사명은 참되고 깊은 사도직입니다. 잘못된 세속 교육이 인간의 삶에 널리 퍼져 영향을 미치는 오늘날, 그리고 수세기에 걸친 노력을 요구했던 그리스도교 문화의 이 거대한 유산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하여 특히 필요한 사도직입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가르치는 일은 직업이며, 평신도의 세속 활동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교육 분야에서 사도직을 수행한다는 특정한 목적으로 생겨난 수도회를 포함하여, 여러 수도회가 수세기 동안 수행해 왔고 지금도 수행하는 칭찬할 만한 활동과는 매우 다릅니다. 그들의 일은 많은 경우 세속 학문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교회적 과업이기 때문입니다. 천사적 박사는 말합니다. 수도자들은 무엇보다 경건함을 지향하는 교리를 공부하는 데 자신을 바칩니다. 하느님을 섬기는 직무를 지향하는 삶을 사는 수도자들에게 다른 학문은 신학과 관련되는 한에서만 고유한 것이 됩니다19.
이 수도자들은 교육 활동으로 직업에 종사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며, 엄밀히 말해 교육에서 시민 사회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도 아닙니다. 자신들의 수도 성소가 요구하는 범위를 넘어 그 일을 여러 차례 수행하여 교회와 시민 사회에 많은 열매를 가져왔다면, 대개 중세처럼 거의 완전한 공백을 메우거나, 근대와 오늘날처럼 문화의 탈그리스도교화에 맞서 둑을 쌓기 위해서였습니다. 곧 사회생활의 그토록 섬세하고 중대한 측면을 전문성과 훌륭한 종교적 양성을 갖추고 직업으로 담당할 그리스도인 신자들의 부재를 어떻게든 보완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시민 사회의 직업, 곧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로가 큰 수도자 사도직을 수행하는 것입니다.20
교육이 수도자들만의 과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쩌면 일부 사람들의 왜곡된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큰 잘못입니다. 교육을 국가만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첫째, 이는 부모와 교회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기 때문이며21, 또한 교육은 사회생활의 수많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원하고 공동선에 필요한 보장을 갖춘 시민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활동할 권리를 지닌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형태는 다양하지만 전 세계적인 규모로 나타난 반가톨릭 운동의 결과, 최근 몇 세기 동안 수도자들이 교육 분야에서 점점 더 배제되어 왔습니다. 이 때문에 교육에 헌신할 훌륭한 그리스도인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일은 더욱 시급하고 필요해졌습니다.
그러나 이는 상황에 따른 부차적인 이유일 뿐입니다. 우리는 수도자들을 대체하지 않으며, 앞서 말했듯이 실제로 일어난 일은 그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교육 활동을 대체해서도 안 되고 대체할 수도 없습니다. 그들의 활동은 다른 이들의 자리를 대신하는 경우가 아니면 근본적으로 교회적 성격을 띠지만, 우리의 교육 임무는 본질적으로 직업적이고 세속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적한 그 특별한 이유가 없더라도, 더 나아가 우리가 바라는 대로 수도자들이 자신들의 사명을 수행하는 데 아무런 장애를 겪지 않게 되더라도, 시민으로서 교육을 직업으로 수행하는 훌륭한 그리스도인 교사와 교수들의 양성을 촉진하는 일은 언제나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는 수도자들의 사명을 기쁨과 사랑으로 바라봅니다.
같은 이유로, 곧 이 수도자들의 활동은 교회적 성격을 띠고 우리의 활동은 세속적이며 직업적인 일이므로, 일반적으로 우리가 수도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이 운영하는 교육 기관에서 일하는 것은 더욱 그러합니다.
이렇게 하면 특정한 교육 방법을 따르는 것이 적절한지, 교수들이 자신의 학생들에게 어떤 사도직을 할 수 있는지 등을 두고, 작더라도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는 일을 세심하게 피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수도자로 여기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교육이라는 직업에 종사할 곳은 공립 교육 기관과 평판이 좋은 사립 교육 기관 가운데 수도자들이 운영하지 않는 곳이 될 것입니다. 그곳에서 넓은 시야와 자유의 정신으로 충실하게 봉사하고, 언제나 다른 교육 기관들과의 협력을 장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직업 활동의 기회를 통하여 교사와 교수, 학생과 그 가족들에게 우리의 특별한 성소가 요구하는, 우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매우 효과적인 개인 사도직을 할 것입니다.22
오푸스데이가 추진하는 교육 활동
초등교육에서 대학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 오푸스데이가 운영하는 교육 기관도 있을 것입니다. 곧 오푸스데이가 책임을 지는 단체 사도직 활동으로 운영되는 곳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단체 활동의 수는 우리가 일하게 될 다른 교육 기관들의 수보다 언제나 적을 것입니다. 우리의 사도직은 무엇보다 개인 사도직이며, 교육 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이런 활동도 필요합니다. 청소년과 청년들의 환경에 우리의 정신을 퍼뜨리는 거점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러분의 형제들과 이를 원하는 다른 많은 이가 교육을 위한 전문적 양성을 받는 장소가 될 것입니다. 우리 정신의 초자연적 영향을 받아 그들도 시편 저자와 함께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진리로 저를 이끄시고 가르치소서. 당신은 제 구원의 하느님이시며 당신께 온종일 희망을 두기 때문입니다23.
이 교육 기관들은 결코 일종의 방어 요새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열린 마음과 이해를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보여 주고, 학문적 협력의 본보기가 되어 공립과 사립의 다른 교육 기관들에도 도움을 줄 것입니다. 그곳에서 우리가 수행하는 교원 양성이 다른 모든 교육 기관의 교육 활동을 향상하는 데 기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곳은 교육학의 모든 측면을 더욱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구상과 연구의 중심지가 될 것이며, 교육 활동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을 실제로 보여 주는 곳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수행해야 할 임무의 중요한 부분은 교육의 모든 환경에서 올바르게 이해한 자유를 사랑하고 실천하게 하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가정의 자유가 있어야 합니다. 부모가 자녀 교육에 가장 알맞다고 여기는 학교나 교육 기관을 올바르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연 자체가 부모에게 자녀를 교육할 권리를 부여하는 동시에, 자녀들의 교육과 가르침이 하늘에서 부모에게 자녀를 주신 목적에 부합하고 어울려야 한다는 의무도 부과합니다. 그러므로 부모는 이 영역에 대한 어떠한 침해도 온 힘을 다해 물리치고, 자녀를 마땅히 그리스도교적으로 교육할 권한이 자신의 손에 남도록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힘써야 합니다24.
교육 기관들의 자유도 있어야 합니다. 모든 기관이 동등한 조건에서 활동을 펼치고, 더 효과적인 교육을 위하여 각 기관의 정신에 따라 가장 적합한 교사를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사와 교수들의 자유도 있어야 합니다. 특권을 독점하는 집단의 부당한 압력 없이 고결하고 유능하게 자신의 직업을 수행하고, 경제적·사회적 처지 때문에 제약받지 않으면서 진지하게 진리를 연구하고 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모든 정당한 자유와 긴밀히 결합된 학생들의 자유도 있어야 합니다. 인격이 왜곡되거나 능력이 꺾이지 않을 권리, 타고난 순종성을 악용하여 편파적인 인간의 견해나 기준을 강요당하지 않고 건전한 양성을 받을 권리입니다. 다른 이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전하든 이러한 존중의 태도를 지켜야 하며, 청소년과 청년들을 가르칠 때에는 정의에 따른 더욱 엄중한 의무로서 이를 지켜야 합니다. 그들에 대하여 공립이든 사립이든 어떤 교사도 절대적인 교육권을 지니지 않고, 그 권리에 참여할 뿐이며, 그리스도인 청소년과 청년은 누구나 교회의 가르침에 맞는 교육을 받을 엄격한 권리를 지니기 때문입니다25.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의 자유가 있어야 합니다. 인간적·문화적·영적 양성을 성숙시킬 수 있는 모임이나 단체를 이루고, 이를 통해 유치한 행동을 하거나 혼란의 도구가 되지 않으면서 대학 생활에 책임 있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오푸스데이가 운영하는 이 기관들 외에도 나는 훨씬 더 많이 생겨날 다른 교육 기관들을 생각합니다. 주로 우리 사도 활동의 협력자들이26 추진하고 운영할 곳들입니다. 그곳들 역시 수많은 영혼에게, 일부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우리 오푸스데이의 신적 정신을 전하는 놀라운 도구가 될 것입니다. 초자연적인 자연스러움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비추는 중심지들이 될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자신을 두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27.
무엇보다 나는 여러분 가운데 많은 이가 온 세상에서 수행할 광대한 사도 활동을 생각합니다. 시민으로서 자신의 고유한 권리에 따라, 개인의 준비와 역량을 갖추어 공립 교육 기관의 교직을 맡는 일입니다.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공립 교육 기관은 유일하지는 않더라도 가장 많은 사람이 다니고 가장 명망이 높은 곳들입니다. 여러분은 국가와 시민 사회 전체에 충실히 봉사하고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발전에 효과적으로 이바지하며, 연구와 가르침이라는 자신의 직업 활동을 개인적 성덕과 하느님과의 일치와 관상 생활의 수단으로도 삼을 것입니다. 성 바오로의 가르침, 곧 하느님의 보이지 않는 본성은 피조물을 통하여 알 수 있다는 말씀에 따라, 우리는 하느님께서 이루신 결과들을 통하여 하느님 자신을 관상하는 데 이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이루신 결과들을 관상하는 일도, 그것들을 아는 일이 인간을 하느님에 대한 앎으로 나아가게 하는 한, 부차적인 요소로서 관상 생활에 속합니다28.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게 해 주십시오. 교육 분야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이 모든 활동은 탄탄한 직업적 신망으로도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일에 종사하는 모든 이에게는 자신의 학문적·교육적 양성을 향상할 수단을 마련할 중대한 의무가 있습니다. 진지하고 집중적인 연구, 정성 들여 준비한 내용이 풍부한 출판물, 지역·국내·국제 학술 대회와 모임의 참여, 적절한 연구 활동에의 헌신 등을 통해서입니다.
담당자들은 이 형제들의 노력이 결코 약해지지 않도록 살펴야 합니다. 직업 활동이 열어 주는 넓은 사도직의 전망을 보여 주며 격려해야 합니다. 이미 직업적 명망을 얻은 이들이 형제애와 봉사하려는 마음으로 이 전문적 양성의 일을 이끌고 촉진하는 날이 곧 오기를 꿈꿉니다. 참된 겸손으로 자신의 지식과 이 분야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며, 가르칠 자질을 가진 이들을 찾아내고 양성할 줄 아는 이들입니다.
사도 활동의 발전이 허락하는 대로, 우리가 진출하는 모든 지역에 교직을 위한 선발 경쟁, 임용시험, 자격시험 등을 준비하는 내 아들들을 위한 집이 하나 이상 있기를 바랍니다. 여성 부문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하는 분위기와 필요한 평온함, 그 일에 알맞은 수단을 갖추고, 공공 도서관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비롯하여 그 준비에 도움이 되는 모든 것을 제공하는 집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오푸스데이는 학문 분야에서 결코 자체적인 집단이나 학파를 이루지 않을 것임을 거듭 강조합니다. 내 아들들과 딸들은 언제나 다른 가톨릭 신자들과 같은 자유를 누릴 것이며, 교회 교도권이 제시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똑같이 무조건적인 충실을 보일 것입니다.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29.
교회와 국가 앞에서 그들과 동등한 다른 가톨릭 신자들처럼, 내 자녀들도 개별적으로, 개인 자격으로 그러한 집단이나 학파를 구성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언제나 자기 학생들의 자유와 다른 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신앙이나 도덕과 관련되는 모든 일에서 필요한 신중함을 지녀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씀드린 것은, 이것이 흔히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시민 사회에서 이처럼 일반적인 방식을 활용하면 사도직의 또 하나의 수단이 되고, 우리 집에서 누리는 자유를 드러내며, 학문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방식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들을 교육 직업에 준비시키는 이 일을 할 때에는, 교육이라는 직업은 자신을 아끼지 않는 봉사 정신으로 수행해야 하며 전적인 헌신을 요구한다는 깊은 확신을 심어 주도록 힘써야 합니다. 교육의 모든 환경에 자유와 이해, 상호 존중과 올바름, 진리에 대한 사랑의 분위기가 자리 잡도록 이바지해야 한다는 확신입니다. 또한 그들 역시 다른 이들을 양성할 의무가 있으며, 그들이 자신보다 더 훌륭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뻐해야 함을 일깨워 주어야 합니다.
여기에도 어느 정도는 주님의 이 말씀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qui autem fecerit et docuerit, hic magnus vocabitur in regno caelorum30. 내 자녀 여러분, 자신의 일을 올바르고 효과적으로 수행하려고 힘쓸 뿐 아니라 다른 이들을 가르쳐, 자신이 마친 지점에서 그들이 더 유리하게 출발하도록 한 사람은 하늘에서 큰사람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단체 사도직 기관의 특성
이제 오푸스데이의 단체 사도직 기관이 될 교육 기관들의 몇 가지 주요 특성을 다시 살펴봅시다. 우리 사도직의 협력자들이 추진하고 운영할 다른 교육 기관들도 그 특성들을 대부분 지니도록 힘쓸 것입니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우리의 단체 사도직 교육 기관은 비교적 적을 것입니다. 지리와 역사와 시대의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단계와 모든 종류의 기관이 있을 것입니다. 중등학교, 대학의 학부, 기술학교와 직업훈련학교, 가정학교, 학원, 어학원, 농업 실습 학교 등이 그러합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오푸스데이 회원의 수도 언제나 적을 것입니다. 우리는 인력을 과시하듯 모아 둘 수 없으며, 대부분의 경우 각자 개별적으로 자신의 직업에 종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가족의 많은 이를 같은 곳에 모아 같은 직업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은 잘못일 것입니다. 우리는 부채처럼 널리 펼쳐져 모든 곳에 함께하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며, 많은 이가 우리 사도직에 협력하도록 할 필요를 느낍니다.
따라서 그 교육 기관들에서 일하는 오푸스데이 회원은 적을 것입니다. 교육 활동의 대부분을 맡는 이들은 무엇보다 우리의 협력자들과 친구들이어야 합니다. 전문적으로 잘 준비되고 품행이 바르며, 그 사도 활동의 고유한 모습을 이해할 수 있고 기꺼이 열심히 일하려는 남녀들입니다. 언제나 정당한, 아니 정당한 수준을 넘어 넉넉한 보수를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서 그들은 오푸스데이의 초자연적 정신을 더 잘 알게 되고, 실천하며, 다른 이들도 실천하도록 가르치게 될 것입니다.
그곳에서는 가톨릭 신자와 비가톨릭 신자가 함께 일할 것입니다. 우리는 ad fidem 사도직을 특별히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고결하고 성실한 이들이 직업 활동을 계기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내 자녀들의 진실한 우정과 사랑에 마음을 열어 교회에 대한 반감이나 무관심을 서서히 버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인간적 가치를 인정하여 기꺼이 우리 사도직에 협력할 것입니다. 모든 이의 기도와 극기, 세심하고 신중한 교리 교육을 통하여, 그들의 올곧음을 바탕으로 회심의 은총과 신앙의 기쁨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훗날 사도행전이 전하는 이 찬사를 그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주님의 길을 배워 알고 있었고, 열정을 가지고 말하며 예수님에 관한 일들을 정확히 가르쳤다31.
시간이 흐르면 그 교사들을 위한 양성 과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교육 역량을 높이고, 일하면서 겪은 개인적 경험에 관해 의견을 나누며, 직업 활동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영혼에 효과적인 사도직을 하려는 열망으로 불타오르게 하는 과정입니다.
비록 소수라 해도, 그 교육 기관들에는 언제나 오푸스데이 회원 몇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 활동들의 영적·교육적·재정적 운영을 안정적이고 확실하게 책임질 권한을32 지니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도적 효과를 잃고, 우리에게는 그 존재 이유도 사라질 것입니다. 오푸스데이는 단체로서는 무엇보다 사도적이지 않은 활동을 전혀 수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필요한 운영의 자율성은 영혼들을 향한 우리의 열망에서 요구됩니다. non quaero gloriam meam33, 우리는 오직 하느님의 영광 때문에 움직입니다. 이 자율성에는 교육 기관에서 제공하는 영적·인간적 양성뿐 아니라 내부 규율과 그 기관을 통하여 수행하는 사도 활동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이런 활동을 추진할 때에는 그때그때의 특수한 사정에 맞추어 법률적·기술적 측면을 주의 깊게 연구해야 합니다. 운영의 자율성을 줄이거나 제약하는 외부 개입의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므로 교육 기관의 내부 규율과 양성 활동도 존중되도록 보장하는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관 주변에서 생겨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기관과 연결된 문화·예술 등의 활동이 원활한 운영을 방해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습니다. 뇌나 다른 생명 유지 기관에 이물질이 들어가 기능을 방해하는 것을, 그것이 다이아몬드라 하더라도 허용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모든 단체 사도직 기관은 무엇보다 사도적이어야 하므로, 바로 그 때문에 모든 이에게 열려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종류의 차별도 하지 않으며 계층을 가리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모든 영혼에게 관심을 둡니다.
그러므로 특정 교육 기관이 형편이 어렵거나 경제적 자원이 부족한 사람들을 특별히 위한 곳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그들도 그곳에 다니거나 적어도 그곳의 교육과 양성 활동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힘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등학교라면 노동자와 사무직 근로자 등을 위하여 알맞은 시간, 곧 일과를 마친 뒤 대개 저녁 무렵에 수업을 마련할 것입니다. 매일 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일주일에 여러 번은 해야 합니다. 사실상 거의 아무 비용도 받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작은 경제적 희생을 치르는 것이 좋으므로 약간은 내야 합니다. 다른 학생들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건물과 교재를 사용할 것이며, 때로는 교사도 같을 것입니다. 보통은 잘 준비된 우리의 협력자들과 친구들이 수업을 맡고, 필요하다면 다른 교사들도 정식으로 고용하여 충분한 보수를 줄 것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다른 수업과 똑같은 헌신과 노력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내 딸들과 아들 여러분, 여러분은 그 교육 기관들에서 얼마나 훌륭한 사도 활동을 하게 되겠습니까! 자신의 교육 활동과 국내외 교육계의 모든 환경에 그리스도교적 의미가 스며들게 할 뿐 아니라, 가정들과 여러분을 둘러싼 사회 전체에 모세혈관처럼 퍼져 나가는 참된 사도직도 수행할 것입니다.
교육 기관이 추진하거나 그 기관과 연결된 활동이라면, 건물 안에서 이루어지든 밖에서 이루어지든, 언제나 동시에 성 라파엘 사업과 성 가브리엘 사업의 일터가 되어야 합니다.
뜨거운 열의를 지니고, 하느님께서 주신 정신에 따라 성인이 되려고 힘쓰십시오. 그러면 사도적 사랑에 반드시 필요한 일로서 이 활동이 저절로 생겨날 것입니다.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34 어디에 있든 언제나, 주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오푸스데이 고유의 사도직, 곧 성 라파엘 사업과 성 가브리엘 사업을 깊이 있게 시작해야 한다는 이 절박함을 느끼십시오.35
학생들의 양성
여러분이 양성해야 할 남녀 학생들에 관하여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놀라운 초자연적 예술 작품을 만드는 하느님의 도구입니다. 본보기이신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양심껏 이 일을 하십시오. 화가들은 날마다 화판을 앞에 놓고 알맞게 칠하고 덧칠합니다. 돌을 다듬는 이들도 불필요한 것을 깎아 내거나 부족한 것을 보태며 같은 일을 합니다. 여러분도 바로 그러합니다. 여러분은 조각상을 빚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모든 시간을 하느님을 위한 이 놀라운 조각상들을 준비하는 데 바쳐야 합니다. 불필요한 것을 잘라 내고 필요한 것을 보태며, 그들이 타고난 좋은 자질이 무엇인지 날마다 살펴 키워 주고, 타고난 결점은 무엇인지 살펴 바로잡아 주십시오.
학생들의 인격을 계발하십시오. 그들이 자유를 올바르고 초자연적인 정신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수덕적 싸움에서 이길 수단을 마련해 주며, 교리와 탄탄한 양성, 바른 판단력을 주십시오. 그리하여 우리가 더 이상 어린아이처럼, 사람들의 속임수와 사람들을 잘못으로 이끄는 간교한 술책에서 나온 온갖 가르침의 바람에 흔들리며 이리저리 밀려다니지 않게 하십시오. 오히려 진리를 붙들고 모든 면에서 사랑으로 성장하여 우리의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이르게 하십시오36.
우리는 언제나 양심의 자유를 존중할 것이며, 누구에게도 특정한 영적 지도자를 두도록 결코 강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배타적이지 않으므로 그것은 우리의 정신에 어긋납니다. 영혼들을 돌보며 일하려는 어떤 사제나 수도자의 활동도 방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른 이들도 영혼들을 돌볼 우리의 권리와, 자유롭게 원하여 우리 사도직에 다가오는 이들의 권리를 존중하도록 요구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활동에서 부모들을 충분히 고려하십시오. 학교나 해당 교육 기관은 학생과 교사와 학생의 가정들이 지향과 노력과 희생으로 일치하여 이루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고등교육 기관이 아닌 곳에서는, 그리고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아직 매우 어린 경우에는, 결코 기숙사를 두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있어야 합니다. 기숙사는 나이 든 학생들만을 위한 것이며, 문은 활짝 열려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먼저 학생들의 가정에, 그다음에는 그곳에서 교육받는 학생들과 그 교육에 우리와 함께 종사하는 이들에게 선익을 베풀고자 합니다. 또한 다른 이들을 양성하면서 우리 자신도 양성됩니다. 부모는 첫째이며 주된 교육자들이고37, 교육 기관을 자기 가정의 연장으로 여기게 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부모들과 교류하고, 우리 그리스도교 활동의 온기와 빛이 그들에게 이르게 해야 합니다. 또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부모들이 부주의나 양성 부족이나 그 밖의 어떤 이유로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한 모든 노력을 쉽게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천 번이라도 되풀이하겠습니다. 우리의 사도직은 언제나 평신도의 세속적인 직업 활동입니다. 이 사실은 오푸스데이의 단체 사도직 활동인 교육 기관들에서도, 아니 특히 그곳에서 본질적 특성으로서 명백히 드러나야 합니다.
따라서 그곳은 언제나 평범한 시민들이, 오푸스데이 회원이든 아니든, 직업적이고 평신도적인 활동으로 추진하는 교육 기관일 것입니다. 그 나라의 법을 온전히 따르고, 다른 시민들의 동일한 활동에 부여되는 인정을 국가 당국으로부터 받을 것입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가톨릭 활동, 곧 교계에 직접 속하는 활동으로 결코 여겨지지 않는다는 명시적 조건으로 추진될 것입니다.
그곳은 교계가 하느님께 받은 사명에서 나오는 불가침의 권리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육성하고 설립하는 교육 기관들이 아닙니다. 시민들이 사회생활의 여러 분야에서, 따라서 교육에서도 일할 활동의 권리를 행사하여 시작하는 사업들입니다. 또한 자녀를 그리스도교적으로 교육할 부모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정은 창조주께 직접 자녀를 교육할 사명과 그에 따르는 권리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권리는 엄격한 의무와 불가분하게 결합되어 있으므로 양도할 수 없고, 시민 사회와 국가의 다른 어떤 권리보다 앞서므로, 지상의 어떤 권력도 침해할 수 없습니다38. 국가는 수단을 마련하고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적절히 살피면서 이 권리의 행사를 보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가 직접 또는 다른 이들을 통하여 미칠 수 없는 곳이나 공동선이 명백히 요구하는 곳에서는 이를 보완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가정들이 그리스도인 양심의 의무나 정당한 선호를 거슬러 국립학교를 이용하도록 물리적·도덕적으로 강요하는 모든 교육 독점이나 학교 독점은 부당하고 허용될 수 없습니다39.
따라서 오푸스데이의 단체 사도직 기관들은 결코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인 교회 활동으로 여겨질 수 없으며, 어떠한 구실로도 그러한 종류의 기관들과 어떤 방식으로든 묶이거나 분류될 수 없음이 분명합니다. 마찬가지로 그 교육 기관들의 대표나 교수들은 교회나 수도회의 교육 기관들을 모아 놓은 기구·협회·연합회에 결코 가입하지 않을 것이며, 그러한 단체들이 주최하는 모임이나 대회 등에 참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내 딸들과 아들 여러분, 이러한 행동 방식은 우리 정신의 근본적인 요구입니다. 우리의 사도직은 뚜렷이 평신도적이며, 이 점에서 타협을 뜻하는 어떤 활동도 시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회와 모든 영혼을 섬기는 우리 사도 활동이 더 큰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바로 그 때문에 주님께서 우리에게 이 정신을 주셨습니다.
이렇게 우리 교육 기관들은 탄탄한 그리스도교 양성을 제공하고 교육에 관한 교도권의 지침을 세심히 따르더라도, 교계를 결코 연루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활동은 평범한 시민의 모든 권리를 하느님을 섬기는 데 사용하고,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로서 모든 그리스도인 신자가 지니는 사도적 사명의 절박함을 마음에 느끼는, 책임감 있는 가톨릭 평신도들의 활동입니다.
그 모든 활동에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까요? 오푸스데이는 가난하며 언제나 그러할 것이므로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주 멋진 방식이 있습니다. 다른 이들의 돈으로 이 사도직의 도구들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부모, 협력자와 친구들의 돈입니다. 그들이 투자한 자본에 정당한 수익을 보장하고, 자기 자신과 가족과 사회의 선익을 위하여 열매 풍성한 그리스도교 활동에 적극적이고 너그럽게 협력할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더욱이 이렇게 하면 교육 기관은 그들 자신의 것이 되어, 지켜야 할 때가 오면 시민으로서 지킬 것입니다. 또한 그들은 쉽게 재정뿐 아니라 교육과 사도 활동의 다른 측면으로도 협력을 넓혀, 진리의 협력자들이 될 것입니다40.
한편 이러한 기관들이 사회에 제공하는 봉사를 고려하면, 국가가 지급할 의무가 있는 지원금과 보조금을 받는 것도 정당합니다. 공동선을 위하여 청소년과 청년의 교육과 가르침을 여러 방식으로 촉진하는 일은 무엇보다 국가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직접적으로는 교회와 가정의 주도와 활동을 장려하고 도와야 합니다41.
산업체나 그 밖의 민간 기관들에 그 활동이나 목적에 유용한 과학 연구를 제공하는 대가로 재정적 협력을 받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유익한 이 협력은 해당 교육 기관에 결부되어야 하며, 특정 시점에 그곳에서 일하는 교수나 교수 집단에 결부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해야 지속성을 보장하며, 그 단체 사도직 기관들에서 직업적으로 일하는 모든 이에게 더 많은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기도 쉬워집니다.
대학생 기숙사
교육 분야에서 오푸스데이의 단체 사도직 기관들은 매우 다양할 것입니다. 여기서도 끝없는 바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대학생 기숙사는 결코 빠져서는 안 됩니다. 교리를 전하는 사도직의 훌륭한 도구인 기숙사들을 우리는 처음부터 마련하려고 힘써 왔습니다.
지극히 사랑하는 내 딸들과 아들 여러분, 이제 이 중요한 사도 활동의 몇 가지 특성을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여러분 가운데 많은 이가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희생 정신으로 가득 차 그 일에 종사하며 많은 열매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 활동의 시작을 나와 함께 겪은 이들은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압니다. 그러나 그 필요성을 깨닫고 이 임무의 사도적 효과에 대하여 하느님께 감사할 시간도 이미 있었습니다. 다른 이들이 처음의 어려움을 겪어야 할 때, 나는 각자에게 사도의 말씀을 드립니다. 애쓰는 농부가 소출을 먼저 받아야 합니다. 내가 하는 말을 잘 생각해 보십시오. 주님께서 그 모든 것을 깨닫게 해 주실 것입니다42.
우리 기숙사에는 직업적 준비에 진지하게 전념하기로 결심하고 인간적 양성을 더 낫게 하려는 대학생들이 모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초자연적 삶도 더 낫게 하려는 이들입니다. 그들은 그리스도인 가정의 평온한 분위기와 공부하는 분위기 안에서 함께합니다.
가정의 분위기는 기숙사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본질적 요소이며, 사도직에 없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므로 운영 첫해부터 입주생을 신중하게 선발해야 합니다. 많은 이와는 성 라파엘 사업을 통하여 미리 알고 지냈어야 할 것입니다. 성 라파엘 사업은 젊은이들을 위한 모든 단체 사도직 활동에 앞서고, 함께하며, 뒤를 이어야 합니다. 처음에 모든 자리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첫 입주생 집단이 우리의 정신을 살기 시작하고 우리다운 분위기가 형성되면, 기숙사는 가득 차고 들어오는 모든 신청을 받아 주기에 자리가 부족해질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지금 말한 가정의 분위기를 지키려면 기숙사가 매우 큰 경우 같은 집에 사는 여러 이웃처럼 소규모 집단들을 만들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건물의 구조 자체도 이 기준에 맞추어야 합니다.
입주생들도 자신이 받아들여지면 기숙사와 자신 사이에 약정이 맺어지며, 이로써 얻는 권리에 상응하는 명확한 의무들을 지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기숙사는 문화적·인간적·종교적 양성의 수단, 밝고 평온한 가정과 공부의 분위기, 품위 있는 숙박과 식사와 생활 서비스 등의 조건을 제공합니다. 입주생들은 아주 사소한 생활 규정들을 지킬 의무를 집니다. 이 규정들은 자유를 조금도 줄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충분히 성숙한 사람에게는 바로 자유를 올바르게 행사하는 표현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입주생이 기숙사 활동의 원활한 운영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도록 힘써야 합니다. 자기 집처럼 느끼고 책임감을 지니되, 기숙사 운영진만의 권한인 운영에 간섭하지 않고, 그곳에 생명을 주는 정신을 바꾸려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들이 절박한 필요를 돌보려고 좋은 일에 힘쓰는 것을 배워, 열매를 맺지 못하는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십시오43.
우리 기숙사에는 누구도 강요로 오지 않고 자유롭게 옵니다. 오는 이들은 우리에게 특정한 정신과 그리스도교적 생활 방식이 있음을 압니다. 잘못된 자유 개념의 이름으로, 우리 집 안에서 고결하고 품위 있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는 어떤 사람의 요구에 기숙사 생활을 맞추라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학생이 기숙사 분위기를 편안하게 여기지 못하면, 언제나 우리의 우정과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확신시켜 주면서 다른 곳으로 가도록 권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의 자유를 존중하며, 우리 활동 계획에 맞지 않는 사람의 자유도 존중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가장 좋다고 여기는 대로 일을 마련할 자유를 입주생들이 존중하는 것도 정당합니다. 우리는 모두 자유인으로 살아야 하며, 자유를 악행의 구실로 삼는 자들로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종으로서 살아야 합니다44.
말씀드렸듯이 우리 기숙사는 인간적·영적 양성의 장소입니다. 학생들은 그곳에서 훌륭한 시민이며 훌륭한 가톨릭 신자로서 탄탄한 직업적 양성을 쌓아야 할 중대한 의무가 있다는 깊은 확신을 얻게 됩니다.
그러므로 집중해서 꾸준히 공부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며, 모든 이가 이를 유지하는 데 이바지해야 합니다. 우리의 친구들과 협력자들, 그리고 더 오래된 입주생들이 자기 시간의 일부를 기쁘게 내어 더 어린 학생들의 공부를 지도하고 도와주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그들의 직업적 양성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기숙사 생활의 이 측면에서도 다른 모든 측면에서도 입주생들이 다른 이들과 집의 운영에 책임감을 느끼며 너그럽게 협력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기숙사들은 모두 태어날 때부터 한 가지 결함을 지닙니다. 양성 활동에 사용해야 하는 공간들, 곧 경당과 공부방, 도서관, 거실 등에 적지 않은 면적을 할애하기 때문입니다. 생활 관리 부문을45 위한 별도의 집은 여기에 넣지도 않은 것입니다. 이는 다른 여러 일과 더불어 매우 큰 재정 부담이 되며, 다른 대학생 기숙사들보다 상당히 큰 부담입니다.
오푸스데이는 가난하며 앞으로도 가난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노동으로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기숙사 설립을 결코 그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교리 사도직에 사실상 꼭 필요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의무를 기꺼이 이행하기 위하여 어떠한 희생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Quaerite primum regnum Dei, et iustitiam eius: et haec omnia adiicientur vobis46. 올바른 지향으로 하느님의 뜻을 이루고 모든 영혼을 섬기며 그분의 영광을 추구하십시오. 그러면 필요한 수단이 우리에게 부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맺음말: 교육 분야 사도직의 효과
지극히 사랑하는 내 딸들과 아들 여러분, 교육 분야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사도 활동은 광대하고 시급합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자리 잡은 고을은 감추어질 수 없다.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47.
초자연적 정신과 기쁨으로 기도하고 일하십시오. 여러분의 성소에 사랑으로 충실하며 성인이 되려고 힘쓰십시오. 이것이 모든 사도적 효과의 토대이기 때문입니다. 진지하게 공부하고, 탄탄하고 깊이 있는 전문적 준비를 갖추며, 교리적 양성을 날마다 향상하도록 힘쓰십시오. 이 땅에서 하느님의 일이 이루어지기를 열망하시는 주님께서, 친히 우리 마음에 불어넣으시는 이 꿈들을 곧 실현하시고, 당신 빛으로 교육의 모든 분야에 스며드실 것이라는 굳은 희망을 지니십시오.
우리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 Sedes Sapientiae께서 여러분을 축복하시기를 빕니다. 빛과 평화와 기쁨을 전하는 사도로서 걷는 여러분의 길에 성모님의 전구가 언제나 함께하기를 빕니다.
마드리드, 1939년 10월 2일
비오 11세, 회칙 Divini illius Magistri, 1929년 12월 31일, AAS 22 (1930), 54쪽. 레오 13세, 회칙 Libertas, 1888년 6월 20일, ASS 20 (1887), 593-613쪽 참조.
에페 1,10.
A Diogneto, 6 (SC 33, 65쪽).
비오 11세, 회칙 Divini illius Magistri, 51쪽.
레오 13세, 회칙 Inscrutabili, 1878년 4월 21일, ASS 10 (1877-1878), 590쪽.
비오 11세, 회칙 Divini illius Magistri, 77쪽 참조.
테르툴리아누스, De idololatria, 14 (SVC 1, 50쪽).
성 토마스 아퀴나스, Summa Theologiae, II-II, q. 188, a. 5 ad 3.
수도자들의 교육 활동과 오푸스데이 회원들의 활동의 차이는 용어집을 참조하십시오(편집자 주).
레오 13세, 회칙 Sapientiae christianae, 1890년 1월 10일, ASS 22 (1889-1890), 403쪽.
비오 11세, 회칙 Divini illius Magistri, 68쪽.
에서 인쇄된 문서 https://escriva.org/ko/cartas-2/pyeonji-je5ho/ (2026-10-25.)